[시계기술의 재발견] 국내시계매거진 와인드(Wind) 이야기



(전) 티피리포트-Wind 창간멤버

장민창


나의 덕질 이야기


시계 덕질하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던 중, 예전에 창간 맴버로 참여했던 워치매거진 ‘와인드’에 대해 글을 써달라고 요청을 받았습니다. 문득 서재 한 켠에서 잊혀져 가고 있던 잡지들이 생각나서 펼쳐봤습니다. 오랜만에 한 자, 한 자 정성들인 활자들을 읽고 있자니 당시에 화보찍느라 동분서주하고 마감시간 맞춘다고 밤샜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지금부터 저의 유별난 덕질의 단편을 여러분에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대부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시계취미를 공유하던 우리나라에 시계잡지 ‘크로노스’가 2009년에 런칭되었습니다. 2009년은 한국 시계 시장에 상징적인 해 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전세계 시계 매출이 폭락한 반면 유일하게 한국만 35%의 매출증대를 기록했던 해이기 때문이지요. 매출의 증가는 수요를 증가를 뜻 했고 이는 시계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크로노스의 창간은 이런 시류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시계에 관심이 많았던 저도 그 즈음부터 해외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시계 공부를 했었던 것 같습니다. 2010년에는 하대표님이 구축했던 티피리포트에 운영진으로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계 리뷰를 하고 취재하기 시작했습니다. 티피리포트는 2010년에 오픈했던 시계정보사이트 입니다. 당시 타임포럼이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만들어 갔던 커뮤니티의 성격을 띠었던 반면 티피리포트는 운영진들이 취재해서 기사를 쓰는 형태로 온라인 매거진 같은 방식으로 운영을 했었습니다. 트렌드나 시계와 관련된 흥미 위주의 컨텐츠로 구성되어 있어 당시에는 시계 브랜드의 판매 담당자분들에게 인기가 좋았었습니다.


열심히 시계 관련 컨텐츠를 만들다가 문득 소비자들이 시계를 구매 요인에 대해 관심이 생겼습니다. 마침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전 시간이 있던 터라 바로 명동 L백화점 갤러리어클락에서 판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우림에프엠지에서 운영하는 갤러리어클락은 20만원짜리 저가형 쿼츠 시계부터 100만원 전 후의 고급 쿼츠 시계 그리고 보급형 기계식 시계인 에포스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각 카테고리별 소비자의 구매의사결정단계를 직접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대표님이 정식으로 시계 잡지를 창간하려고 하는데,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당시 3월에 일본 대지진이 나는 바람에 워킹홀리데이가 무산되어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던 차에 흔쾌히 ‘와인드’의 창간맴버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청담동 언덕에 있는 사무실을 계약한 날 처음으로 창간 맴버들과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사실 그날까지도 다른 맴버들에 대한 얘기는 듣지 못했던 터라 많이 궁금했었습니다. 그런데 창간 맴버모임의 자리에 크로노스 전 편집장님, 크로노스 전 편집팀장님 그리고 타임포럼의 구교철님까지 모두 쟁쟁한 분들이 계신 것을 보고는 크게 벌어진 입을 닫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최초월간시계잡지를 표방하고 나선 ‘와인드’는 대부분 해외판의 번역기사를 담은 크로노스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컨텐츠를 직접 취재하고 기획하는 것을 첫번째 가치로 삼았습니다.



와인드 편집실 입구

사무실을 세팅하자마자 교열부터 시작해서 명함, 인쇄, 번역, 브랜드 등 정말 다양한 업체들과 미팅을 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리고 그 첫 결과물로 프레스킷을 제작했는데, 프레스킷과 함께 증정되는 선물로 “감는다” 라는 뜻을 담고 있는 ‘와인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태엽 장난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첫 결과물로 프레스킷을 제작했는데, 프레스킷과 함께 증정되는 선물로 “감는다” 라는 뜻을 담고 있는 ‘와인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태엽 장난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소수의 인원으로 화보 기획하고 촬영하랴 기사 쓰랴 주말도 반납하고 밤낮없이 일에만 매달렸습니다. 줄어드는 수면시간과 반비례하게 아무것도 없던 사무실 벽면에 잡지 레이아웃들이 하나 둘 채워져 갔습니다. 밤낮 없는 생활의 반복으로 시간의 개념조차 무뎌질 무렵, 더미호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더미호는 창간호 제작에 앞서 전체적인 컨셉과 레이아웃 등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더미라고 해서 단순히 레이아웃만 잡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기사들을 채워 넣기 때문에 잡지 한 권을 만드는 프로세스 한 사이클을 시험해보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더미를 토대로 잡지 컨셉 회의를 다시 하고 본격적으로 창간호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다시 화보 촬영을 진행하고 기사를 업데이트하기를 보름, 드디어 5월 20일에 창간호를 발매하여 전국 서점에 배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40주년 럭셔리 워치페어에 초대받아 공식적인 자리에서 구독자들에게 첫 선을 보일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업에도 오픈빨(?)이 있는지 구독자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빠른 속도로 판매되었고 처음에 주저했던 브랜드들도 광고 문의를 해오기 시작했습니다.


긍정적인 시장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너무 고퀄리티를 추구한 나머지 지출이 과도해져서 창간한지 3달만에 폐간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잡지 제작비용의 4배 가까이 투입되어 확보해놓은 자금으로는 버티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죠. 아직 대학생의 신분이었지만 취미였던 시계를 통해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좀 더 진지하게 시계 산업에서의 커리어를 고민했었습니다. 스위스 시계 학교와 컨텍하여 입학 조건을 알아보기도 하고 산업적 측면에서 전망도 보았지만 시계산업은 스위스에게는 기간산업과도 같아 다른 나라 사람, 게다가 동양인으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깨닫고는 잡지의 폐간과 함께 시계에 대한 관심을 접었습니다.


하지만 관심이라는 것이 종이 접듯이 쉽게 접히는 것이 아니더군요. 졸업 후에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면서도 다양한 시계를 수집하고 고치고 팔면서 소위 시덕질을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계 커스텀을 하기 시작하면서 시계 브랜드 런칭의 목표를 세우게 됐습니다.


2015년부터 소위 마이크로 브랜드라는 카테고리의 인기가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다음 글에서는 비교적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마이크로 브랜드와 시계 브랜드 런칭과정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시계 생활하세요.




장민창 ㅣ 시계매니아. 2010년 온라인 시계 매거진 티피리포트 운영진, 시계 잡지 와인드의 창간멤버로 활동한 바 있다. 2020년 다시세운주민공모 '시계기술의 재발견'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으며, 교육 경험을 통해 국내에서 시계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있다. 시계마이크로 시계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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