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기술의 재발견] 독립시계제작자 현광훈 작가를 만나다

최종 수정일: 2020년 11월 8일




글 : 동서울대학교 시계학과 3학년 권 선 우

사진 : 동서울대학교 시계학과 3학년 원 현 호



나는 2020 다시·세운주민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시계 기술의 재발견’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한국의 금속공예가이자 독립시계제작자인 현광훈 작가를 만나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약 4시간 길이의 강의를 통하여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시계제작자가 되기까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알 수 있었다.


세계 각국에는 AHCI 소속 독립시계제작자가 존재한다. AHCI(아치)란, ‘독립시계제작자들의 아카데미’를 뜻한다. 그들은 독립시계제작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1년 동안 소수의 독자적인 시계를 소량으로 개발, 생산한다. 현재 29명의 회원이 이 그룹에 속해있으며 이곳에 소속된다는 것은 독립시계제작자로서 매우 명예로운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AHCI 소속은커녕 독립시계제작자 자체가 전혀 없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금속공예가이자 한국의 유일무이한 워치메이커인 현광훈 작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퍼페츄얼 캘린더나, 문페이즈 등 다양한 컴플리케이션 시계도 스스로 제작이 가능하다. 매우 작은 크기의 나사나 시계의 침들도 시계 선반을 이용하여 손쉽게 만들어내는 정교함과 해박한 지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광훈 작가의 스펙트럼은 시계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핀홀카메라, 오토마타, 와인스토퍼 뿐만 아니라 선반에 필요한 공구나 기계식 시계의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 상품도 제작한다. 그는 오랜 작가 생활 중 가장 자부심 있고 아끼는 작품으로 기계식 시계의 매커니즘이 적용된 핀홀카메라를 꼽았다. 해당 작품은 그의 대학에서의 전공과 졸업 이후의 삶이 잘 녹아든, 인생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넓은 스펙트럼은 대학에서 금속조형디자인을 전공한 바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작품 카테고리 중 시계가 가장 주목받는 것은 아무래도 국내 최초의 독립시계제작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욱 놀라운 점은 시계를 독학했다는 점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시계를 공부하고자 일본유학을 가고자 했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악재가 겹쳐 국내에 남게 되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독학으로 시계를 통달하게 되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누군가에게 시계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에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본인이 해오던 길을 묵묵히 걸어오고, 업계의 많은 사람을 만나며 점차 그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본인의 일에 대한 확신을 가진 현재, 현광훈 작가의 꿈은 AHCI에 가입한 최초의 한국인 독립시계제작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아카데미 가입에 필요한 추천서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등 단체 가입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AHCI 회원 29명 중 아시아로 범위를 한정한다면 중국 3명, 일본 2명뿐이다. 시계의 성지가 유럽에 있는 스위스인 만큼 아시아는 그에 비해 불모지인 까닭이다. 그러나 우리는 곧 한국 최초의 AHCI 소속 1호 독립시계제작자 탄생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동서울대학교 시계주얼리학과 전공심화과정에 재학 중이다. 따라서 독립시계제작자인 현광훈 작가와의 만남은 시계주얼리 전공자인 나에게는 굉장한 경험이기에 항상 한번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특히 시계를 제작하는 현장을 구경하는 것은 학교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더욱 기대되었다.


현광훈 작가는 간단한 그의 소개와 함께 작업실과 공구, 기계, 작품들을 소개해주었다. 그의 공구는 크게 구매한 것과 제작한 것으로 구분되었다. 구매한 것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리진 공구들이며, 직접 제작한 것은 제작하고자 하는 작품에 알맞은 크기가 없거나 용도의 중요도에 비하여 너무 값비싼 경우였다.


특히 제작한 것 중 다이얼의 다리를 용접할 때 사용되는 공구가 가장 인상 깊었다. 30만 원을 호가하는 물건을 실제로 그가 만들고 보니 제작비용이 터무니없이 저렴하여 놀라웠다.


그리고 그의 안쪽 작업실에는 여러 크기의 선반과 밀링이 꽉 들어차 있었다.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들어 해외배송이 불가피한 기계들 하나하나에는 각자의 에피소드가 담겨있었다. 거의 모든 기계의 설명을 듣고 나니 다양한 시계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학과에서 내가 접한 중형선반과 기계선반 이외에도 많은 선반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작품들을 하나하나 구경한 후, 간단한 나사 하나를 만드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는 많은 도구를 활용하여 이 나사를 제작하였는데, 이를 보며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나사 제작 실습을 할 때 나는 지식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정형화된 방법만을 고집하여 제작하였다. 하지만 그 틀에서 벗어나 본인의 창의력이 더해진다면 더욱 정교하고, 빠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짧은 수업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시계와 관련된 지식을 넓히고 가지고 있던 보수적인 틀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권선우|손으로 만드는 작업을 좋아한다. 동서울대학교 시계주얼리학과 전공심화과정 3학년에 재학 중이다. 홍성의 시계 교육 프로그램의 조교로 참가한 이력이 있으며 워치 테크니션을 꿈꾸고 있다. 2019년 학교에서 주최한 SETEC 시계주얼리 학습성과대회에 스켈레톤 워치를 출품한 바 있다.


원현호|동서울대학교 시계주얼리학과 3학년 재학 중이며 베스티메의 시계 실습 수업의 조교로도 참가한 적이 있다. 유럽 역사를 관통하는 워치메이킹을 사랑하고 시계 외장 부품의 제작을 꿈꾸고 있다. 시계 선반을 통한 작업을 좋아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현광훈 선생님의 인스타그램, 전시회 등을 방문해보기도 했고 시계기술의 재발견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직접 작업실을 방문을 계기로 더욱 워치메이킹을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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