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기술의 재발견] 테크니션이 이용할 수 있는 기본 설비와 도구

최종 수정일: 2020년 12월 24일


홍성시계-베스티메

제품 디자이너/테크니션 김준수


시계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가진 부품들이 모여 시간을 만들어내는 기계장치로 이를 제대로 수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도구와 설비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대규모의 자본을 가진 시계회사의 경우 이러한 도구와 설비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 반면 자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인 수리점이 제대로 된 설비와 공구를 갖추기란 쉽지 않다. 자본의 부족 뿐만 아니라 정보의 부재, 개인의 수리 취향 등 다양한 이유로 도구와 설비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고품질의 도구와 설비는 일반적인 수리를 넘어 좋은 상태의 시계로 만드는 데 필요한 부분이며, 이는 기술자들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회사의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던 워치메이커들이 독립하면서 도구와 설비들을 높은 수준으로 갖추고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글은 개인 수리점에서 갖추어야 할 도구와 설비들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를 모두 갖추지 않았다고 해서 시계 수리를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계 수리점을 운영하면서 조금씩 장비들을 갖추어나가면,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기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도구

1. 드라이버


나사를 풀고 조이기 위한 공구로 시계 공구용 드라이버는 날 끝이 십자 형태가 아닌 대부분 일자 형태다. 헤드와 바디가 따로 돌아가기 때문에 손을 고정한 상태에서 드라이버를 돌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시계 공구 중 트위저와 함께 시계 기술자에게 가장 필수적이고 중요하다. 워치메이커가 사용하는 드라이버는 대부분 앞날이 일자형으로 되어있으며, 0.1mm 단위로 구분될 정도로 정밀하게 되어있다. 드라이버의 날은 경도가 높아야 손상에 강하며, 경도를 높이기 위해 열처리를 하거나, 경도가 높은 합금을 사용한다. 경도가 약한 경우 드라이버 날이 손상될 수 있으며, 손질이 제대로 되지 않은 드라이버는 스크래치나 작업자의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 다만, 상품을 수리하는 경우 낮은 경도의 드라이버 날을 사용해 나사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경우도 있다. 드라이버는 워치메이커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인 만큼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골라야 하며, 질 나쁜 드라이버는 잦은 손질과 스크래치를 유발할 수 있다.


2. 트위저


사람의 손을 대신해 세밀한 부품을 잡기 위한 공구로, 흔히 불어인 '핀셋'으로 잘 알려진 공구다. 다양한 형태와 재질, 사용법을 가지고 있으며, 같은 형태라도 제조사마다 끝의 정밀도와 날카로움의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고가의 제품일수록 정밀도가 높고 날카롭지만, 어느 정도 편차가 있으며, 당연하게도 정밀도가 높고 날카로운 트위저가 부품을 잡기에 좋다. 트위저는 스테인레스 스틸, 카본, 황동, 티타늄,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지는데 사용환경에 따라 재질과 특성을 고려해야 하며, 합금 재질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난다.

3. 루페&루페걸이


시계 부품 또는 시계를 확대해서 보기 위한 공구. 주유를 하거나 부품을 정밀히 관찰할 경우는 현미경을 사용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 정밀하고 정확한 작업을 하기 위해 사용한다. 사용방법은 루페를 안와에 걸치거나 루페걸이에 걸어 착용한다. 루페걸이는 사용자의 머리 모양에 맞게 구부려서 눈과 루페가 안정적으로 고정되게끔 하고 시야가 방해받지 않게한다. 안경용 루페걸이를 사용할 때에도 시야가 가려지지 않게 한다.


4. 백오프너


백케이스를 열기 위한 공구로, 백의 형태에 따라 스냅백 오프너, 스크류백 오프너 등이 있다. 스냅백 형태의 경우 대부분 백오프너를 넣을 수 있는 작은 홈이 있는데, 그곳에 날을 집어 넣어 열어준다. 스크류 백오프너는 실리콘 등의 재질로 만들어 마찰력을 이용하는 공구, 직접 백오프너의 홈에 맞춰 열어주는 공구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시계 방향으로 돌려 닫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려 연다.


5. 오일&오일러



시계는 기계장치이기 때문에 윤활작용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주기적으로 부품에 오일과 구리스 발라줘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오일과 구리스는 4가지 정도를 사용한다. 오일이 도포가 잘되어 있는 무브먼트의 경우에는 회전각이 잘 나오며, 부품의 마모 또한, 적어져 오차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수명이 길어진다. 오일러는 오일을 도포하기 위한 도구로, 바늘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오일러의 크기에 따라 오일이 도포되는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적절한 오일러의 사용이 중요하다. 바늘모양의 철붓이라고 불리는 일반적인 오일러와 정해진 양만큼 주유가 가능한 자동주유기가 있다.

수리 설비

1. 기계식 세척기


기계식 세척기는 무브먼트를 흔히 손세척이라고 말하는 초벌세척을 끝낸 뒤 좀 더 깨끗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설비로 보통 세척 1번, 헹굼 3번,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세척 용액도 세척용, 헹굼용 용액이 따로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이소프로필 알콜을 사용하기도 한다. 손세척은 헥산이나 벤진등 석유계 기름에 세척솔을 이용해 닦아내는데 이는 한계가 있으며, 잘 닦이지 않은 오일들은 오일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세척기를 사용해주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회사로는 독일의 Elma.


2. 기계식 테스터기


기계식 테스터기는 마이크로 무브먼트의 소리를 측정하여 일오차를 나타내는 장비로 시계 기술자에겐 필수적인 설비다. 스위스제 설비는 비싼 편이나, 중국산 기계식 테스터기는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중국산을 사용하는 수리점도 있다. 수동과 자동 테스터기가 있는데 수동은 시계의 단 방향에서 측정이 가능하며, 자동 테스터기는 4방향, 또는 6방향의 오차를 측정하여 평균값을 나타낼 수 있다. 당연하게도 자동 테스터기가 조금 더 가격이 비싸다.



3. 쿼츠 테스터기

쿼츠 테스터기 또한 소리로 측정하는 부분이 있으나, 쿼츠 무브먼트의 저항이나 소비전력, 배터리의 전압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오히려 기계식 테스터기보다 쿼츠 테스터기를 갖추지 않은 수리점이 많은데, 쿼츠 테스터기는 사용법을 알아야 하고, 또 대체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한 수리를 위해서는 쿼츠 테스터기도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설비다.

4.방수 테스터기



시계 수리를 위해 백을 오픈한 뒤엔 항상 방수 처리를 해서 조립해야 한다. 이후 방수 처리가 잘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설비로 기압을 통해 시계의 변형을 마이크로 단위로 측정하여 방수 여부를 확인 한다. 물론 저렴한 방법으로 물방수 테스터기가 있지만, 정확한 측정값을 확인하기 어렵고, 조립 이후에 방수를 확인하기 어렵다. 기압식 방수 테스터기는 보통 10기압까지 측정 가능하며, 측정시간도 5분 내외로 굉장히 빠르다. 다만, 마이크로 단위로 측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밀도가 높은 설비로 가격이 비싸다. 대표적인 회사는 스위스의 Witschi.

5. 파이널 테스터기



파이널 테스터기는 시계조립 이후 러닝 타임을 측정하기 위한 장치로 사람이 손목에 시계를 착용했을 때처럼 시계를 일정한 속도로 돌려준다. 정상적으로 오버홀 및 조립이 됐다면, 파이널 테스터기에서 시계를 뺐을 때, 러닝 타임과 비슷한 시간에 시계가 멈추게 된다. 한번에 여러 시계를 와인딩 할 수 있게 되어있으며, 모터가 중요하다. 대표적인 회사는 독일의 Elma.

6. 수리전용 책상



시계 기술자들이 사용하는 책상은 높이가 높게 설계되어 있다. 어깨와 팔이 책상에 고정돼야 안정된 자세로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일반적인 책상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곳이 있다. 이는 작업자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안정성에 위협을 주고 목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어 팔을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고, 작업하기 편한 책상이 필요하다.


김준수|동서울대학교 시계주얼리학과 졸업 후 홍성시계-베스티메에서 재직 중이다. 베스티메와 불가리코리아의 시계 기초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강의했으며, 모교의 실습 수업에 조교로 참여했다. 베스티메에서 근무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시계 도구와 설비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으며, 가장 최근의 작업은 시계 기술인 전용 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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