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기술의 재발견] 시계학 연구 플랫폼 Horology


네이버 카페 [Horology] 운영자 정준우




독일 포르츠하임에서 활동하는 정준우입니다.

Uhrmacherschule Pforzheim 홍보영상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정준우라고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군대 복무를 마친 후, 전공이었던 독일어를 더 공부하기 위하여 독일로 어학 연수를 갔습니다. 이후 독일 시계 기술 학교 시스템에 매력을 느껴,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독일 포르츠하임(Pforzheim)에 있는 시계 학교에서 워치메이킹(watchmaking)을 공부하였습니다. 포르츠하임은 10만명의 적은 인구에도 2개의 시계 학교와 많은 시계 제조회사(Chopard, Aristo, Laco, Stowa 등), 부품 제조회사와 스위스 시계 제조 회사의 서비스 센터도 위치해 있는 시계 도시입니다.

시계 학교를 졸업한 후, 독일 스와치 그룹, 스위스 오메가, 한국 스와치 그룹, 한국 롤렉스 서비스 센터에서 근무하였고, 5년 전인2015년에 다시 이 곳 포르츠하임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스위스 고급 시계 제조 회사인 브레게(Breguet)의 유럽 서비스 본사에서 워치메이커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스위스가 유럽 연합 국가가 아니라서 관세 등의 높은 물류 비용으로, 5년 전에 독일 포르츠하임에 유럽 서비스센터를 설립하였고, 19개 유럽 국가의 모든 브레게 시계 서비스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시계 '기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카페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시계와 관련된 현업에 종사하는 것을 넘어, 시계의 기술적인 부분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카페를 운영하시면서 가지고 계신 지향점, 철학, 혹은 그 외 느끼고 생각하시는 것들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시계를 공부할 때는 저보다 먼저 시계를 전공한 한국 선배도 없었고, 인터넷이 없어서 온라인으로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고, 매번 친구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이론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전공 서적을 암기해야 했습니다. 독일어 사전 하나 만으로 시계를 공부하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독일로 이주한 2015년 부터, 다시 그 당시의 전공 서적들을 읽기 시작했고, 무조건 암기했던 내용들이 이해가 되는 기쁨 뿐 아니라, 시계 이론을 공부하는 재미가 있어서 취미로 관심있는 시계 서적들을 구입해서 읽고 있습니다.


1970년대 초부터 CNC 기계와 컴퓨터를 이용한 물리학적 시뮬레이션이 시계 제조에 도입되면서, 시계 학교에서는 기존의 시계학(horology)을 더이상 배우지 않게 되고, 단순화된 워치메이킹(watchmaking)으로 점점 교육 내용이 대체됩니다. 현재 유일하게 남아 있는 영국 버밍엄(Birmingham) 대학의 Horology 학과도 교과 내용은 오래전부터 모두 워치메이킹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계 학교가 지금은 시계 제조 회사들의 투자에 의해서 운영되고, 시계 학교가 취업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여겨지고 있어서, 깊고 어려운 내용의 이론은 더 이상 가르치지도, 꼭 배울 필요도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2000년에 오메가를 시작으로 스위스 시계 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소비자를 위한 시계 잡지와 서적은 많이 출간되었지만, 워치메이커와 워치메이킹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시계 전문 서적은 아직 없더군요.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글로 워치메이킹 전공 서적을 만들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책은 업그레이드가 어렵고 항상 들고 다니기 불편해서, 출퇴근 시간 중 지하철에서도 쉽게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인 온라인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네이버카페 Horology 화면


카페 운영에 대한 철학과 지향점은 특별히 없습니다. 저희 카페에 들어와서 보셨겠지만, 누구나 쉽게 회원 가입해서 아무런 개인 정보 공개없이 필요한 자료를 읽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개인 정보 공개를 안하셔서 저도 회원분들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 어떤 자료를 필요로 하는지도 모릅니다. 카페 오픈한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최대한 오랜 기간동안 지금처럼 제가 공부해서 정리하고 싶은 내용을 올리고, 관심있는 분이 있으시면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제가 가지고 있는 카페 운영의 방향입니다.


시계 이론과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어쩌면 현대에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기술자들 중에서도, 이에 대하여 꾸준히 학습하고 연구하고자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 뿐 아니라 저희 카페를 꾸준히 방문하시는 몇몇 워치메이커들이 실질적으로 기초 이론을 습득하면서 기술적 능력도 함께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카페 이름을 “Horology”라고 한 이유도 이론을 바탕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워치메이커들을 위한 전문 카페를 만들고 싶어서 였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뿐 아니라 대면으로 시계 테크니션/메이커 분들과 시계 기술을 주제로 교류한 경험이 있으십니까? 독일의 상황은 한국과 어떻게 비슷하고, 또 다른지요?


다른 기술자들과 시계 기술, 경험, 자료 공유는 매일, 매시간하고 있는 저의 기본 업무 중 하나입니다. 저희 부서에는 시계를 직접 제작하는 직원, 시계 학교 선생님 출신의 직원, 시계 전공 서적을 만든 직원, 얼마전 마이스터 학교 졸업한 직원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워치메이커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시계 학교(Nicolas G. Hayek watchmaking school, Pforzheim)가 바로 저희 부서 옆에 있어서 자주 기술 정보 공유를 하고 있습니다.

규정상 모든 워치메이커는 매년 2주의 스위스 본사 기술 교육을 해야 하고, 스위스 시계 학교에서 주관하는 세미나에도 정기적으로 참석하면서, 다른 국가의 워치메이커들과도 기술 공유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본인이 노력하면 여러 독일 시계 학교에서 제공하는 주말 세미나, 마이스터 과정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시계 산업은 어떠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지, 작업 공간의 환경과 구조는 어떠한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선생님의 주관적인 견해와 설명을 듣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시계 산업은 시계 수리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고, 오랜 경험과 역사를 필요로 하는 기계식 무브먼트 제조는 모두들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실질적인 투자는 이루어지지 못했고, 지금 기계식 무브먼트 제조를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위험한 도전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제작을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스위스, 독일, 일본이 그동안 쌓아온 인지도, 품질, 가격 경쟁력 등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1970년대 초에 일명 쿼츠 파동(Quartz-crisis)으로, 많은 스위스 시계 제조 회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서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 무브먼트 부품 생산 라인을 만들면서, 이들 국가에서 무브먼트 제조 기술이 축적되고 있는 것은 한국 입장에서는 아쉬운 현실입니다.


독일은 많은 시계 제조 회사 뿐 아니라 두로베(Durowe), 페우베(PUW)등의 기계식 무브먼트 전문 제조 회사들을 가지고 있었으나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쿼츠 파동을 거치면서, 경영 악화로 1980년대 초에 모두 스위스 글로벌 시계 회사들에 합병되었습니다. 1983년부터 에타(ETA)에서 스위스와 독일의 모든 무브먼트 제조회사들을 통합하고, 적은 종류의 칼리버를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독일의 기계식 무브먼트 전문 제조회사들은 현재 모두 사라졌습니다. 1990년에 동독과 서독이 통일이 되면서 국영 기업였던 글라스휘테의 게우베(GUB)가 분리되고, A. Lang & Soehne(랑에 운트 죄네), Glashuette Original(글라스휘테 오리지널), Nomos(노모스), Muehle(뮐레) 등 여러 회사들이 설립되면서 통합되었습니다. 이후 스와치그룹, LVMH등의 스위스 시계 제조 그룹의 투자로 다시 고급 기계식 무브먼트 제조를 시작하였고, 지금은 무브먼트 뿐 아니라 전체적인 시계 제조가 모두 독일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 Horology ㅣ 독일 포르츠하임에서 워치메이커로 활동하는 정준우 기술인이 2020년 4월 개설하였다. 2021년 12월을 기준으로 160여개의 시계의 기술과 역사에 관한 전문 정보를 게시하였으며, 시계 기술인과 마니아들의 보다 전문적인 시계 공부를 위한 도움을 제공한다. https://cafe.naver.com/hor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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