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기술의 재발견] 와치메이커의 도구에 대하여

와치메이커 지망생

대전 윤한신




나는 시계 제작자를 꿈꾸는 19세 윤한신이다. 대전에 살고, 서울 3handsstudio의 현광훈 선생님으로부터 시계 선반 다루는 법과 도구 제작을 배웠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머무르며 쉬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시계를 좋아했고, 오랫동안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찾았다. 그러나 실제로 그것을 배우겠다고 생각하고 행동에 옮긴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몸이 아프게 된 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다. 시계를 배울 곳을 찾아 서울의 세미나(MOI WATCH)에서 무브먼트 조립을 먼저 배웠다.


시계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바는, 시계에 대한 정보가 정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영어권 자료여서 같은 마니아라고 하더라도 정보 격차가 크다. 시계 마니아 시장은 아주 작기 때문에 국내에 들여오는 도구와 설비도 매우 비싸다. 하다못해 제대로 된 원서를 구하는 것도 청소년인 나에게는 힘들었다. 다행히 나는 홍익대학교 금속공예과 현광훈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선반 기술 카페를 통해 선반기술을 접하고, 충정로 공방에 다니면서 시계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열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 코로나가 퍼지기 전까지 현광훈 선생님의 작업장에 등록해 대전에서 올라와 수업을 들었다.


현광훈 선생님은 시계 선반을 다루는 법을 먼저 간단히 알려주셨다. 범용선반이나 큰 밀링을 이용해서 나사선을 만들고, 다듬어보았다. 그다음 시계 제작에 필요한 툴들을 만드는 작업으로 넘어갔다. 금속 깎는 데 필요한 그레이버라는 것을 초창기부터 만들었던 것이 기억난다. (바이트는 기계에 물려서 돌리는 것이고, 그레이버는 손으로 사용하는 칼이다) 선생님께서는 항상 툴을 만드는 법을 폭넓게 익혀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필요한 것이 없으면 다른 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작업 준비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실제로 부품을 다듬고 조립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것은 내가 작업을 하는 내내 몸으로 느꼈던 것이다. 기초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핀셋의 끝의 무뎌지면 작은 부품을 제대로 못 잡게 된다. 금속 깎는 칼인 그레이버 또한 그렇다. 작업 전에 날을 잘 세워놓지 않으면 십중팔구 만들던 부품이나 칼날 둘 중 하나는 망가지거나, 작업물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 있다. 작업 준비를 어떻게 했느냐가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번 지면을 통해서 내가 그동안 만들었던 도구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1. 핑거플레이트


이 도구의 이름은 핑거플레이트 이다. 맨손으로 잡고 작업하기엔 위험할만한 작은 부품을 물려서 금속을 조금씩 갈아내는 줄질이나 구멍을 뚫을 때 쓴다.

이 도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들은 을지로 3가에 포진해 있는 재료상에서 구할 수 있었다. 두께 15T짜리 알루미늄을 100x60mm 크기로 잘라달라 부탁해서 가져왔고, 6t짜리 절삭용 황동판도 봉투가 다 찢어지는 고생 끝에 간신히 사올 수 있었다. 그 외에 12파이 황동봉도 구매했는데, 이는 사진에 보이는 두 개의 나사를 만드는 것에 사용되었다.

나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알루미늄 블럭의 각이 정확히 90도가 되도록 밀링으로 다듬었고, 한 가운데에 나사가 들어갈 구멍을 뚫었다. 그 다음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두 개의 각각 다른 V자 홈을 팠다. 블록 밑에 보이는 얕은 홈을 황동봉 드릴링을 위해 파놓은 것이다.

그 다음 나는 실제로 절삭물을 잡아주는 황동 클램프를 만들어야 했다. 황동판 윗면에 마커를 칠하고 금긋개로 모양을 그렸다. 두 개의 나사산 구멍과 길쭉한 홈을 만든 다음 날개 달린 화살 모양을 만들기 위해 밀링으로 대략적인 형태를 잡은 후, 줄(file)과 사포를 이용해 절삭면과 표면을 매끄럽게(실제로는 실력 부족으로 투박했음) 다듬었다. 오른쪽에 보이는 사진에서 광이 나는 것은 사포로 열심히 문질렀기 때문이다.

나는 이 도구를 제작하면서 줄로 금속을 평평하게 다듬는 법과 나사 제작, 탁상밀링 사용법을 어느정도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 사용하는 기계였기에 중간에 문제가 터지기도 했다. 물체를 단단히 고정해주는 바이스를 헐겁게 조여서 중간에 절삭물이 튀어올라 다칠 뻔 하기도 했고, 홈을 너무 깊게 팠다가 실수로 남의 바이스에 구멍을 내버린 적도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긴 경험들은 이후의 작업에 큰 도움을 주었다.




2. 그레이버 손잡이

이것은 그레이버의 손잡이다. 여기서 그레이버는 선반에 물린 금속을 사과껍질처럼 깎을 때 쓰는 칼이다. 시계 제작에 쓰이는 그레이버는 보통 2mmx2mm 언저리인데, 그걸 손으로 잡고 깎기 불편할 때 쓰이는 게 바로 이 손잡이다.

만드는 데 사용된 재료는 간소하다. 마찬가지로 을지로 3가에서 사온 재료를 썼으며, 알루미늄 봉, 나사와 몸통 일부 만들 때 쓸 황동봉이 전부다.

단순한 생김새와는 달리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다. 먼저 알루미늄봉을 선반에 물려서 손에 쥐기 좋은 크기로 깎았다. 그 다음 알루미늄봉 가운데에 그레이버가 들어갈 구멍을 뚫었다. 위에 담배 필터처럼 생긴 부분이 보이는가? 그레이버를 고정시킬 나사가 들어갈 자리다. 알루미늄봉과 마찬가지로 그레이버가 들어갈 구멍을 뚫은 다음, 끝부분을 아까 알루미늄봉에 뚫었던 구멍의 지름에 맞게 깎은 뒤 망치로 두드려 결합했다. 마지막으로 나사가 들어갈 곳을 밀링으로 뚫은 뒤 탭이라는 공구로 나사산을 내고 나사를 끼워서 완성했다.



완성 후 그레이버를 끼운 모습. 손잡이 덕에 훨씬 잡기 편해졌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큰 오산이었다. 봉을 선반에 물려 깎을때도 금속 깎는 칼인 바이트가 제멋대로 미끄러지거나 튀어나가가도 하고, 정신줄 놓고 깎다가 구멍 크기가 서로 달라서 안 들어가거나 나사가 너무 짧게 만들어지는 등의 문제 때문에 선생님의 도움을 여러 차례 받아야 했다. 그래도 이때 실수를 많이 경험해봐서 이후의 작업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었다.


3. 루페홀더

이건 코로나가 퍼지기 전 마지막으로 만든 ‘루페 홀더’ 이다. 시계 톱니바퀴의 축은 맨눈으로 보면 좁쌀처럼 작게 보이기 때문에, 정밀한 작업을 위해서는 확대경이 필요하다. 루페는 원래 눈에 끼고 쓰는 건데 그게 너무 불편해서 만들었다.

루페홀더는 이전 도구들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 동그란 선반 베드(bed: 선반 전용 도구을 장착시키는 받침대 같은 것) 에 흔들림 없이 장착할 수 있도록 원형의 홀더를 제작해야 했는데, 여기에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그 다음 홀더를 베드에 단단히 물릴 수 있도록 홀더에 홈을 파고, 나사구멍을 뚫는 작업을 했다. (아래 이미지 참조) 홀더와 루페를 연결하는 봉의 연결 부위도 마찬가지로 작업했다. 나사를 조이면 홈이 좁혀지면서 봉을 꽉 물게 된다.



나사를 조이기 전. 오른쪽에 홈이 벌어져 있다.

→ 나사를 조인 후의 모습. 벌어져있던 홈이 맞물려있다.


이건 선생님께 만들어보고 싶다고 여쭤봐서 만들게 된 것이다.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져서 도움을 요청하는 횟수도 늘었다. 구멍을 뚫기 전에는 ‘센터 펀치’ 라는 말뚝같이 생긴 공구로 드릴이 들어갈 중심점을 찍어줘야 하는데, 자꾸 빗나가서 애를 먹었다. 게다가 홀더에 저만큼 큰 구멍을 드릴로는 낼 수가 없어서 선반에서 깎는 수밖에 없었는데, 구멍이 조금만 넓어져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서 압박감을 심하게 받았다. 그래도 평소에 필요하던 도구를 만들었고, 기계를 좀 더 잘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고생한 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4. 금긋개


이 도구는 금긋개다. 가공할 금속에 전용 마커를 칠한 다음 모양을 그릴 때 사용한다. 이건 설명할 게 별로 없다. 말 그대로 그냥 금긋기에 쓰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잠시 다른 얘기를 해 보겠다. 금속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야 할 때는, 센터 펀치로 들어갈 자리를 미리 찍어 준다. 그래야 드릴이 정확히 파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가 금긋개랑 무슨 상관일까? 바로 그 ‘들어갈 자리’ 를 표시하는 데 금긋개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금긋개로 정확한 자리를 표시해주면 거기다 센터 펀치로 찍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물건이지만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다. 황동봉을 선반에 물려 적당한 지름으로 깎고, 사진처럼 손이 안 미끄러지가 홈을 파준 다음, 봉 앞쪽에 작게 구멍을 내고, 접착제 바른 단단한 바늘을 박아 넣으면 완성이다.

사실 이 도구를 소개할까 말까 고민을 좀 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설명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없으면 아쉬운 물건이기 때문에 이렇게 간소하게나마 소개해보았다.



지금까지 워치메이커의 도구란 얼마나 큰 중요성을 가지는지, 기반 마련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내가 지난 1년간 만들어온 도구들을 통해 설명해봤다. 서문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각종 도구들을 능숙히 다룰 줄 아는 프로가 아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초보자가 도구에 관해 겪는 어려움을 동등한 입장에서 풀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게 될 시계제작을 꿈꾸는 사람들 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유용한 지식을 얻어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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